MUTECODE — '여름이 싫었다'가 '여름의 솔루션'이 되기까지
몇 년 전부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글 · 슬래시웍스

몇 년 전부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창업자-시장 적합성(Founder-Market Fit)이라는 말이 있다. 창업자가 가진 경험과 취향, 전문성이 풀려는 문제와 얼마나 잘 맞는지를 뜻한다. 은퇴한 마스터 조향사가 작정하고 만든 향수엔 왠지 남다른 깊이가 있을 것 같고, 소화장애로 강아지를 잃은 사람이 만든 개사료엔 사람 먹거리에서도 찾기 힘든 진정성이 느껴진다. 나는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의 문제를 풀고 싶었다.
소위 '영포티'라 불리는 남자들. 시장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오히려 가볍게 무시해온 사람들이다. '영포티'라는 말 자체가 그런 경멸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 세대 중 소비력이 가장 높다. 취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난 10년, 20년을 일하느라 다 보냈을 뿐이다. 이제서야 스스로에게 관심을 기울일 시기가 됐는데, 정작 이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는 부족하다. 2030 중심으로 만든 상품에 맞추거나, 아니면 아무거나 사라는 투의 메시지뿐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몸도 감각도 조금씩 망가진다. 그리고 그 변화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계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여름이 싫어졌다.
숨 막히는 출퇴근길의 만원 지하철. 푹푹 찌는 날씨에도 직장인의 굴레인 셔츠와 타이, 정장 재킷은 쉽게 벗어 던질 수 없다.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등줄기로 불쾌한 열기가 끈적하게 고이고, 겨드랑이에 배어나는 땀 때문에 산뜻한 색상의 셔츠는 일찌감치 옷장 깊숙이 포기해 두어야 했다. 행여나 셔츠에 땀 자국이 비칠까, 누군가 곁에서 내 퀴퀴한 체취를 눈치챌까 봐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 화려하게 쌓아 올린 커리어나 사회적 지위도, 그 축축하고 찝찝한 감각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그렇다고 여름이 지나간다고 해서 이 곤혹스러움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추위 때문에 창문을 꽉 닫아두니 환기조차 쉽지 않다. 온종일 히터가 돌아가는 건조하고 밀폐된 공간, 겹겹이 껴입은 두꺼운 니트와 코트 속에서 갇혀버린 정체불명의 냄새는 한여름보다 더 무겁고 답답하게 주변을 맴돈다.
가장 비참한 것은, 이 모든 상황이 '누구에게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이다. 동료나 가족에게 "나한테서 냄새가 나진 않냐"고 농담처럼 묻기엔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누군가 먼저 지적해 주기를 바랄 수도 없는 지극히 내밀하고 수치스러운 영역이다. 20대 시절처럼 진한 향수로 덮어보려 애도 써보지만, 나이 든 체취와 인공적인 향료가 엉켜 만들어내는 부조화는 오히려 스스로를 더 옭아매고 위축되게 만든다.
누구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지만, 우리 세대의 남자들이 속으로는 매일같이 치열하게 신경 쓰고 있는 일상의 노이즈.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지독한 불쾌함을 소거(MUTE)하는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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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남성을 위한 제품으로 생각했다. 대상이 명확하면 제품도 구체화하기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냄새의 원인을 파고들수록, 내가 문제를 너무 좁게 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찾아보니 냄새의 원인은 산화(酸化)였다. 쇠가 녹슬듯, 피부의 피지가 산소와 만나 산화하며 냄새가 난다. 그런데 산화는 노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결국 냄새가 난다는 건, 늙어간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말이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냄새를 만드는 물질은 나이에 따라 달랐다. 10대의 시큼한 냄새, 30~40대의 냄새, 50대 이후의 냄새가 각각 다른 물질에서 온다. 냄새는 성별이 아니라, 나이의 문제였던 것이다.
처음 정한 고객과, 제품이 다뤄야 할 문제의 범위가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의 불편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그대로다. 다만 브랜드가 그 안에만 머물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MUTECODE를, 성별에 가두지 않고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냄새를 다루는 브랜드로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방식이 남았다. 기존의 향수나 데오드란트는 이미 난 냄새를 향으로 덮거나, 땀을 물리적으로 막는 방식이다. 나는 그것이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했다. 더 큰 소리로 소음을 덮는 것이 아니라, 소음 자체를 끄는 것. 덮는 대신 원인을 다루는 것. 브랜드의 이름은 거기서 왔다. Skin Noise Cancelling.
제품은 두 장면에서 출발했다. 집에서 씻는 시간과, 밖에서 하루를 보내는 시간. 씻는 건 이미 익숙한 습관이다. 새로운 단계를 여러 개 더하기보다, 매일 하는 일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제품이고 싶었다. 그래서 바디워시. 밖에서는 다르다. 긴 하루의 중간에, 다시 씻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그때 손쉽게 꺼내 쓰는 도구로 미스트. 집에서 씻고, 밖에서 뿌린다. 두 제품을 함께 준비하는 이유를, 나는 이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2025년 12월, 스케치를 하며 생각을 구체화했다. 이듬해 1월에는 일본을 찾았다. 고령화로 이 시장이 한발 앞서 발달한 곳이다. 매장을 둘러보고, 뷰티 박람회에서 업체들을 만나며, 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여름이 싫었다'는 감정에서 시작한 일이, 그렇게 조금씩 '여름의 솔루션'이 되어가고 있다.